최근 홈플러스가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국내 유통 업계와 경제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국내 2위 유통업체의 위기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오늘은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과 배경, 그리고 이것이 우리 경제와 유통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1. 홈플러스 위기의 배경과 원인
홈플러스는 그룹사가 없는 단독 유통 업체로, 2021년부터 시작된 적자가 4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영업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지 않다 보니 빚을 갚을 능력은 점점 약화되었고, 회사는 부동산 매각과 자산 정리를 통해 부채를 상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비슷한 시장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매출 성장은 정체되었지만, 그룹사의 든든한 지원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영업 이익을 꾸준히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 알짜 점포를 정리하고 신규 점포 확장도 하지 못했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비우량 점포 위주로 정리하면서도 신도시 등 잠재력 있는 지역에 신규 점포를 꾸준히 개설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유통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가속화했습니다. 내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 시기에 급성장한 쿠팡과 같은 온라인 유통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처음 경험한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에 매료되어 소비 습관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쿠팡은 코로나 이후 매출이 2.5배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마트들은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했습니다. 유통 시장 전체가 성장해야 할 파이를 온라인 업체들이 가져간 것입니다.
2. 홈플러스 위기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 효과
홈플러스의 법원 회생 절차 신청은 1997년 한보철강 부도 사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한보철강의 부도는 한국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을 가져왔고, 많은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했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이미 누적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2위 유통 기업의 위기가 국내 경제에 결정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위기는 수많은 협력업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홈플러스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상대금 지급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면, 협력업체들은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홈플러스는 다른 대형마트보다 정산 주기가 길어(45~60일) 협력업체들의 부담이 더 큰 상황입니다. 협력업체들이 매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더라도 그만큼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마진이 줄어듭니다. 결국 자금력이 약한 중소 협력업체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홈플러스는 지연된 대금을 입금하고, 주요 업체들은 계속해서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홈플러스가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부채를 상환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협력업체들은 납품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공급망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소비자들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한 대기업의 위기는 채권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소매판매 금융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는데, 회사가 파산할 경우 이러한 채권은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채권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자금 흐름을 경색시킬 수 있습니다. 이미 불경기로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 시장마저 얼어붙는다면, 간신히 버티고 있던 다른 기업들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대기업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어떻게 개입하느냐가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국민의 세금을 사기업을 살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금을 직접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3. 홈플러스 사태로 본 사모펀드와 국내 기업 인수 시장의 변화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차입 인수(LBO) 방식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차입 인수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미래 수익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우리가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복잡한 금융 구조를 활용했습니다. 홈플러스 베이커리를 3조원에 인수하고, 홈플러스 테스코에 3조원을 대여한 뒤, 차익금 3조를 일으켜 총 6조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차익금 1조 2천억을 더해 총 7조 2천억 규모의 인수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가치가 6조원이었기 때문에 MBK파트너스는 손해를 보지 않는 투자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무상감자를 단행해 3조원의 결손금을 보전하고, 2019년에는 모회사를 흡수합병했습니다. 이렇게 모회사를 흡수합병하면 홈플러스가 모회사를 인수한 형태가 되어,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부채를 갚을 의무가 없어집니다. 즉, MBK파트너스는 자신들의 부채가 아닌 SPC의 부채이므로 직접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차입 인수 방식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는 과거 판례를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과거 신한 인수 사건에서는 담보 제공을 하는 차입 인수가 배임에 해당된다고 판결했지만, 자금을 상당 부분 투입했던 유비스타 케이스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또한 한일합섬과 하이마트 인수 사례에서도 합병을 통한 차입 인수 부채 상환이 무죄로 판결되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 전략을 기획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앞으로 차입 인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국내 사모펀드의 명성과 활동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을 성장시켜 더 비싸게 팔아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실패 사례가 늘어나면 다음 매물 인수 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최근 13년 동안 사모펀드 시장은 약 6배 성장했으며, 공모펀드가 약 2배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그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앞으로도 사모펀드는 국내 기업 인수의 주요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 시장을 국내 사모펀드가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해외 사모펀드가 장악할 것인지입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경기 침체, 증시 부진, 상속세 부담 등으로 인해 좋은 기업들이 헐값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중국 투자가 제한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국 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내 공공기관들도 사모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만약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국내 사모펀드의 활동이 위축된다면, 해외 사모펀드들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 알짜 기업들을 인수해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는 IMF 직후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국내 우량 기업들을 헐값에 인수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던 경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4. 유통 산업의 미래와 투자 방향
유통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마트에 직접 방문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고, 주말에는 주차 공간 부족과 긴 계산 대기 시간으로 인해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습니다.
반면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약해줍니다. 주차를 위해 시간을 허비하거나, 무거운 카트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으며, 계산을 위해 줄을 서는 시간도 필요 없습니다. 또한 재포장하여 차에 싣고 집으로 옮기는 수고도 덜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은 버튼 클릭 몇 번으로 이 모든 과정을 대체하기 때문에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 마트에 방문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집에서 편안하게 쇼핑을 하고, 다음 날 새벽에 배송받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의 가격이 오프라인보다 특별히 비싸지 않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투자 방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의 주가 상승이 이를 증명합니다. 동남아시아의 SEA는 1년 동안 주가가 132% 상승했고, 알리바바는 87%, 그랩은 45%, 쿠팡도 23% 상승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변화된 쇼핑 행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뉴스를 접할 때, 단순히 부정적인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런 변화 속에서 누가 수혜를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야를 넓게 가지고 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한다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홈플러스의 법원 회생 절차 신청은 분명 국내 경제와 유통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유통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혁신을, 정부는 산업 전환기의 안정적 관리를, 투자자들은 변화 속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홈플러스 사태가 우리 경제의 결정타가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의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